자라면서 “방향과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방향과 속도 중 방향이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그럴까?
난 동의하지 않는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타겟을 정교하게 설정해도,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타겟 자체가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 창업자들에게 물었다.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No Market Need’ 즉, 팔 시장이 없다는 것이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는 분명 고객의 니즈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지만, 제품을 열심히 만들고 나니 고객의 니즈가 바뀌어버린 것이다. 이는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시간(Time to Market)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는 고객의 니즈가 빠르게 변하고,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쿠팡이츠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의 문제점(배달 수요가 늘며 음식이 식어서 도착하는 문제)을 파악하고, 차별화를 위해 1집 배달 서비스를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고, 배달의 민족도 서둘러서 배민1을 시장에 내놓았다. 만약 배달의 민족이 배민1을 내놓지 않았다면 시장 주도권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이처럼 시장(고객 니즈)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방향 설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다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선점이다. 한국의 국민 메신저는 카카오톡이다. 그런데 옆 나라 일본을 보면 어떤가? 바로 그 역할은 라인이 하고 있다. 라인은 한국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바로 선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 2년 전쯤 카카오톡 서비스를 담당하는 데이터 센터 화재로 며칠간 먹통이 된 적이 있다. 그 당시 주변에서도 텔레그램이나 라인으로 넘어간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고 실제로 해당 앱의 사용량도 늘었다. 그런데 장애 조치 후 결국은 다시 카카오톡을 쓰게 되었다. 왜 그런가? 이미 많은 사람이 카카오톡을 쓰기 때문이다. 즉 선점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2006년 처음 아마존웹서비스(클라우드)를 내놓았을 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당시 비즈니스위크는 ‘아마존의 위험한 도박’이라며 기존에 하던 스토어 사업이나 잘하라고 경고 했었다.
그런데 현재 세계 1위의 마켓쉐어를 갖고 있고 아마존의 캐시카우 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가 클라우드 시장에 1등을 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물론 기술의 뛰어남, 우수한 서비스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물론 AI시대로 시장이 변하면서 헤게모니가 넘어갈지는 모르지만 선점된 시장의 판을 뒤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처럼 선점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시장에 제품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즉 속도가 중요하다.
방향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는 아니다. 단지 정교한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들인다면 경쟁자들이 선점할 수 있다. 50%의 성공 확률이 있다면 지체 하지 말고 결정하란 이야기다. 50%의 성공 확률을 90%까지 올리기 위해 시간, 돈, 노력을 쏟다가 그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
아마존 리더십 원칙 16가지 중에 Bias for Action 이 있다. 사전적으로 ‘행동에 치우친’이란 의미인데 정의는 이렇다.
“Speed matters in business. Many decisions and actions are reversible and do not need extensive study. We value calculated risk-taking.”
비즈니스는 속도가 중요하다. 많은 결정과 행동은 되돌릴 수 있기에 엄청난 연구가 필요치 않다. 우리는 사전에 계산된 리스크테이킹에 가치를 둔다.
강연을 할때 Bias for Action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선택에 있어서 너무 많은 고민을 하기 보단 내가 하고싶은게 있다면 성공확률이 50%만 있어도 도전하라고 한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실수와 실패를 하는 것이 값지다.
물론 모든 경우에 속도가 우선할 수는 없다. 고속도로 루트를 결정하는데 서둘러 결정할 수는 없다. IT의 경우 데이터센터를 짓는 장소를 선택할때 고려할 요소가 정말 많다. 전기요금, 전기는 정전없이 안정적으로 공급이 되는지, 전기의 파형은 깨끗한지(민감한 하드웨어의 failure 률을 결정), 센터에 근무할 우수한 인력이 주변에 풍부한지, 인건비, 지진/홍수 등 자 연재해 위험이 크지 않은지?, 부동산 가격 등.
인생에서는 대학교 진학시 전공을 결정하거나 대학 졸업 후 직업을 결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위 모두의 경우 공통점이 있다. 바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를 한번 내면 바꾸기 어렵다. IT에서는 데이터 센터가 그렇다. 기술과 노동, 비용의 집약체이므로 쉽게 이동할 수 없다. 진로/직업도 마찮가지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사실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시간과 노력, 금전적 손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되돌릴 수 있다.
아마존에서는 이것을 One way door 와 Two way door 로 이야기 한다. One way door는 들어가는 문만 있기때문에 안에 무엇을 있을지 몰라서 결정하는데 오래걸린다. 그렇지만 Two way door는 들어가는 문과 나가는 문이 있다. 따라서 큰 고민 없이 들어갔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시 나오면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마존 리더십 원칙이 바로 ‘Bias for Action’ 이다. 내 삶에 반영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난 글을 써본적도 없고 재능이 있는것도 아니라서 사실 글을 쓴다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
내글의 논리가 안맞으면 어쩌지? 글솜씨의 스킬이 있지도 않은데 괜찮을까? 하지만 뭐 ‘그냥’ 시작해 보는 거다. 하다보면 잘하게 될거고, 질타를 받으면 단단해 질거고, 뭐 정말 아니다 싶으면 접으면 된다. 이런 생각이 글쓰기를 시작하는데 많은 부담을 해소해 준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