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등 SNS도 안하고 링크드인은 눈팅만 해왔고 글쓰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많은 분들과 연결되어 경험/생각의 주고받음을 통해 성장하고 싶습니다. 실제 경험이야기, 멘토링 일화, 업무 관련 업데이트 등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스타트업 CEO를 하고 있고 바쁠때도 있지만 시간적 유연함이 있어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커피챗, 멘토링, 수다 등 모두 환영합니다.
23년 하반기 아마존웹서비스를 퇴사했다. 내가 속한 팀이 구조조정 영향을 받으며 한국에서 사라졌다.
그 당시 “Confidential”로 시작하는 이메일을 받은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당시 미팅 들어가기 직전에 확인했고, 평소 말하기 좋아하는 나인데, 고객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날따라 날씨는 내 마음과 다르게 너무 화창했다. REF의 이별공식의 가사가 떠올랐다.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 해봤니 비오는 날보다 더 심해, 작은 표정까지 숨길수가 없잖아~”
-R.ef 이별공식 가사중에-
처음 이틀은 잠이 오지 않았다. 왜 나지? 왜 한국팀이지? 내가 뭘 잘못했나? 무엇이 잘못되었지? 난 정말 열심히 일한거 밖에 없는데? 먼가 착오가 있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난 지켜야할 아내와 자식, 부모님이 있었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지켜야 했다. 그래서 난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로 했다.
이건 나 때문이 아니다. 나같은 우수한 인재를 놓친 회사야! So sorry about that.
그런데 가족에게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하지? 채용시장이 좋지 않은데 바로 빈자리 찾아 갈 수 있을까? 구직기간이 길어지면 뭐 먹고 살지? 초딩 아들 학원비는 어쩌지? 무수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약 20년 회사생활을 하며 4개의 기업을 거쳤다. AWS를 제외하고 모두 올해는 버틸수 있을까 생각하며 다녔지만 모두 4-5년씩 다녔다. 유일하게 5년 이상은 다닐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 회사가 aws 였다. 그만큼 회사를 좋아했고 열심히 일했고 보상도 뒤따랐다.
[개인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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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만 담당하다가 한국&일본 을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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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Head Count)를 추가로 받아 팀원 채용 *결국 내 덕분에 새로오신분이 임팩을 받게 됨 , 너무 미안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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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이내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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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2년) 인사고과에서 모두 최상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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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선후배 동료를 만난것 *지나고 보니 이게 가장 큰 성과이자 보상이었다.
역시 원하는 걸 허락하지 않는 게 인생이다.
한국은 노동법상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 강제로 해고를 할 수는 없다. 나도 버텨볼까?, 버티다가 다른 자리가 나오면 지원해볼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외국에 있는 매니저도 적극적으로 부서이동(Internal Transfer)을 위해 노력해줬고, 계속 도움을 주려고 애써줬다.
하지만 구조조정를 하는 회사 상황에서 오픈된 포지션은 적었고, 나에게 적합한 포지션도 없었다. 미국에서 임팩을 받은 한국인 동료들도 한국에 자리가 없나 찾고 있는 상황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결론은 “여기까지” 였다.
퇴사날짜를 받고 가장 큰 고민은 직장생활 or 독립(창업) 이었다.
내가 아마존이라는 딱지를 떼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년 동안 XX기업의 XX라고 불려왔다.
•
오로지 “나”로 승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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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는 대박 창업 아이템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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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테이킹을 할 배짱이 두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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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비용이 있거나 투자 유치가 가능한가?
→ 결론은 모두 NO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회사생활 오래해봐야 앞으로 10년 일거 같은데, 이번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에피소드]
아내에게 레이오프를 어떻게 이야기 할까? 고민하다 “우리 한달정도 미국여행갈까?”로 시작했다. 아내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눈치가 빠른 아내는 금방 알아채버렸다. 설득 끝에 결국 미국여행을 떠났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여행은 재밌을까 했는데 아무생각 없이 정말 잘 놀고 왔다.
누군가는 “ROAD CLOSED”라고 이야기 하지만 분명 그 너머엔 길이 있다.
사실, 길이 있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