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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외국계 세일즈 직무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

세일즈 직무에서 필요한 역량은 정말 많다.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응대하는 능력
최신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적용할 수 있는 능력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세일즈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능력
하지만 이런 역량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매출이 곤두박질칠 때 견딜 수 있는 능력"이다.
목표 성과 이상을 달성할 때는 세일즈만큼 쉬운 직무가 없다. 하지만 매출이 좋지 않을 때는 그 어떤 직무보다 어려운 게 세일즈다.
세일즈에는 늘 사이클이 존재한다. 잘될 때가 있으면 분명 안 될 때가 있다. A라는 고객이 대규모 프로젝트(차세대, 고도화, 통합, AI 플랫폼 도입 등)로 올해 성과를 200% 달성했다고 가정하자. 이런 경우 내년에는 더욱더 타겟(매출 목표)이 올라간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이미 큰 투자를 했으니, 한동안은 IT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때는 세일즈에게 암흑기가 온다. 이런 타이밍에는 고객에게 어떠한 노력을 해도 숫자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물론 고객의 비즈니스 규모가 커지면서 더욱 큰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결국 이것도 사이클이 존재해 꺾이는 순간이 분명 온다.
외국계 세일즈는 보통 일주일에 2번(월, 분기, 반기, 연말 마감 시에는 하루 1번 또는 2번) 포캐스팅(얼마의 매출로 마감할 것인지)을 한다. 이 미팅의 압박이 장난 아니다.
타겟 이상을 포캐스팅하면 미팅은 10분 이내에 끝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지만, 타겟 이하를 포캐스팅하면 정말 힘든 시간이 된다. 리커버리 플랜(어떻게 갭을 매울 것인지) 등 각종 백업 계획을 작성하느라 정작 세일즈에 집중 못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예전 회사에서 메이저 컨설팅 펌 출신이 세일즈 직무를 처음 맡았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고객 그룹사는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어서, 그분은 그 기회를 포착하고 세일즈로 직무 전환을 했다.
연초 세일즈 플랜에서 그 세일즈는 고객 분석, 세일즈 전략, 문서 작성, 발표 능력으로 모든 사람의 기대를 한껏 받았다. 하지만 차세대가 지연되고, 솔루션이 경쟁사에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잠적했다. 그러고는 회사에 나오지도 못하고 퇴사한 사례를 본 적이 있다.
나 또한 첫 세일즈 매니저로 한국 시장을 총괄했을 당시 큰 위기를 겪었다. 첫 피플 매니저(Profit&Loss)가 되며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가 발생하며,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노력해도 성과를 낼 수 없었다.
이전까지는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성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으로 살아왔지만, 그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이 왔고, 내 노력만으로 결과의 10% 이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정말 큰 깨달음을 줬다.
그때부터 불가능한 것을 억지로 가능하게 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외부 변수를 통제할 수 없을 때는 지나친 자책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특히 엔지니어 출신이 세일즈로 직무 변경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은 ‘숫자의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리지 않는 뻔뻔함’, ‘한 번 말한 것(매출 커밋)은 못 지킬 수도 있다는 태도’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