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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셀프 환송회(마음껏 축하했던 시간)

부제 :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아름답니다.
20여년 경력동안 퇴사를 할땐 항상 환송회를 했다. 그런데 이번 퇴사할때는 팀전체가 사라지다 보니, 우리팀의 환송회를 해줄 사람이 없었다. 사실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권고사직의 퇴사절차는 너무 심플하고 빨랐다. 회사에 대한 나의 애정은 아직 식지 않았는데 말이다.
조용한 퇴사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너무 고맙고 소중했던 동료들에게 인사는 하고 가는게 맞을거 같았다. 그래서 퇴사 당사자인 내가 스스로의 환송회를 계획했다.
사실 좋은 일로 나가는 것도 아니고, 회사 분위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서 떠들썩 하게 브로드케스팅으로 환송회 초대 메일을 뿌린순 없었다. 사실 초대 리스트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셀프 환송회는 가능하면 소문이 안났으면 좋겠다. 아주 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먼사이도 아닌 분들은 받는 쪽에서 부담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가깝게 일했던 동료와 팀, 동호회 맴버 등 내가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친한 분들에게 선택적으로 뿌렸다.
그런데 환송회 당일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초대 받지 않은 분들이 여러명 와주셨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한분은 재직하는 동안 여러차례 나에게 업무와 관련된 요청을 했었다. 희한하게 그때마다 여러가지 이유가 생겼고 도움을 드리지 못했었다. 그래서 사실 나에 대해 좋지 않은 마음을 갖고 계실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송회를 찾아주신 것에 대해 미안했고 너무 고마웠다.
그 사건 이후로 난 그분을 더이상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어정쩡한 관계가 아니라 친한 동료 사이로 정의했다. 사실 그분이 너무 멋있게 보였다. 초대 받지 않았는데 찾아가는 것은 자존심도 버려야 하고 용기도 필요하다.
난 직원을 채용하거나 사람을 평가할때 “자기주도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생각한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회사의 4가지 Core Value 중 첫번째를 “자기주도성”으로 넣은 것도 그 이유이다.
셀프 환송회도 나의 “자기주도성”을 반영한 결정이었는데 나보다 한 단계 진화한 “자기주도성”을 그 동료가 보여줬다. 나라면 초대받지 못한 환송회에 갈 생각을 못했을거 같다. 그것도 선물을 들고 말이다.
또 한번 배웠다. 인간관계도 타인의 결정이 아닌 내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정답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가 흔히 ‘결혼식에 초대받지 않았으니까 안간다. 섭섭하다.’ 란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은 적이 있다. 이것은 타인에 의해서 관계의 결정을 맡긴 경우다.
초대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찾아가서 축하해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으면 어떨까?
단, 내가 그 사람과 관계를 유지 혹은 강화하고 싶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오지랖으로 내가 관심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 관계 까지 유지하라는 건 아니다.
회사를 관둔지 거의 일년이 되어가는데 그 동료분과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다. 멋진분과 친한 사이가 된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셀프환송회에서 동료들이 마련해준 축하케이크와 편지